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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저 리뷰 (사법 시스템, 카타르시스, 사적 제재)

by 올바띵. 2026.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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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 요약본을 15분 남짓 보는 동안, 단순한 복수극을 기대했다가 생각보다 묵직한 질문을 안고 자리에서 일어나게 됐습니다. 가해자들이 법정에서 무죄에 가까운 결과를 받아드는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이게 영화 속 이야기인지 뉴스 속 이야기인지 헷갈렸습니다.

사법 시스템의 민낯, 어디까지 현실인가

피해자 티나 모녀가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겪는 건 2차 피해라는 말로도 부족한 과정입니다. 여기서 2차 피해(secondary victimization)란, 피해자가 수사·재판 과정에서 오히려 의심받거나 인격적 모욕을 당하며 피해가 반복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영화는 이 구조를 꽤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변호인은 정당방위 프레임을 뒤집기 위해 피해자의 과거와 행동을 왜곡하고, 판사는 절차와 형식 논리 뒤에 숨어 사실상 가해자 편을 듭니다. 저도 처음엔 이게 과장된 설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성범죄 피해자 지원 현장을 다룬 자료들을 찾아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피해자의 상당수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2차 피해를 경험한다고 응답했습니다(출처: 여성가족부). 영화적 과장이 전혀 없다고 단언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이 영화가 불편하면서도 눈을 못 떼게 만드는 건, 제도적 정당성(institutional legitimacy) 이 흔들리는 순간들 때문입니다. 제도적 정당성이란 법과 공권력이 사회 구성원으로부터 신뢰와 동의를 받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판사가 피해자를 외면하고, 검사는 무기력하고, 변호사는 허점을 파고드는 장면이 쌓일수록 관객은 자연스럽게 이 시스템 밖의 누군가를 기다리게 됩니다.

이 지점에서 존이라는 인물이 등장하는 건 우연이 아닙니다.

카타르시스, 그리고 그게 남기는 찜찜함

경찰관 존이 사적 제재(private justice)에 나서는 서사는 장르 문법으로 보면 익숙합니다. 사적 제재란 공식적인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개인이 직접 가해자를 단죄하는 행위를 뜻하며, 복수극 장르의 핵심 동력이기도 합니다.

제가 이 장르에서 늘 주목하는 건 '언제 관객이 손뼉을 치게 만드느냐'입니다. 가해자 형제가 도주하려는 순간, 어둠 속에서 기다리던 존이 나타나는 장면. 저도 직접 보면서 손이 쥐어졌습니다. 이 반응 자체가 흥미롭습니다. 법적으로는 명백히 불법인 행위에 쾌감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이니까요.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카타르시스를 단순한 오락으로 치부하기엔 뭔가 남는 게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법학 연구에서는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높아질수록 사적 제재를 정당화하는 심리도 함께 증가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출처: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영화가 만들어내는 카타르시스는 그 불신의 정서적 표출인 셈입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사적 제재를 마냥 미화하냐, 그건 또 아닙니다. 존이 가해자를 응징하는 방식이 치밀하고 냉정할수록, 영화는 오히려 조용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게 정의인가, 아니면 또 다른 폭력인가.

이 영화가 웰메이드 범죄 느와르(crime noir)로 불릴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범죄 느와르란 범죄와 도덕적 모호함, 사회적 비관주의를 핵심 정조로 삼는 영화 장르로, 단순한 선악 구도 대신 회색 지대의 인간을 그립니다.

이 영화가 관객에게 남기는 핵심 질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법이 정의를 실현하지 못할 때, 개인의 단죄는 정당화될 수 있는가
  • 카타르시스는 시스템 비판의 감정적 출구인가, 아니면 문제 해결을 흐리는 대리만족인가
  • 피해자 중심의 사법 절차 개혁 없이, 사적 제재 서사는 계속 반복될 것인가

프로젝트 위기와 '존의 방식'이 겹쳐 보인 이유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제가 참여했던 데이터 분석 및 매칭 플랫폼 개발 프로젝트가 자꾸 떠올랐습니다. 우리 팀은 실시간 사용자 니즈를 반영한 알고리즘을 제안했는데, 기존의 평가 기준과 보수적인 프로세스에 번번이 막혔습니다. 설득이 안 되는 기득권 앞에서 느꼈던 무력감이, 티나 모녀가 법정에서 무너지던 장면과 이상하게 겹쳤습니다.

저도 결국 선택한 건 존이 택한 방식과 비슷했습니다. 기존 시스템의 데이터 처리 오류와 비효율성을 보완한 최소 기능 제품(MVP, Minimum Viable Product)을 직접 구현해서 들이밀었습니다. MVP란 핵심 기능만 담아 실제로 작동하는 초기 버전의 제품을 의미하며, 이론적 기획서와 달리 결과를 눈앞에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전혀 다릅니다.

~라는 의견도 있지만, 제 경험상 시스템의 한계는 탓해봐야 바뀌지 않습니다. 직접 증명해 보이는 것만큼 빠른 설득이 없었습니다. 밤낮으로 코딩해서 만든 결과물 하나가 수십 장의 기획서보다 훨씬 빠르게 편견을 깨뜨렸습니다. 프로젝트는 우수작으로 선정됐고, 프로세스 자체가 바뀌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경험이 존의 서사와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존은 시스템 밖으로 나갔고, 저는 시스템 안에서 규칙을 더 잘 이용했습니다. 영화가 제기하는 딜레마를 현실에서 그대로 선택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정리하면, 어벤저는 복수극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안에는 사법 정의의 공백이라는 묵직한 사회적 질문이 들어 있습니다. 단순히 시원한 복수 장면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그 쾌감이 어디서 오는지를 한 번쯤 들여다보면 영화 한 편이 훨씬 더 오래 남습니다. 복수극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진짜 사법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가를 한번 찾아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ttUlJlAB2F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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